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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을 통해 건축과 관련된 경험담이나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허나, 이런 경로로 얻어지는 정보들 중 일부는 왜곡된 정보이거나, 1회성 경험에 의한 편향된 것들이기에 정보선택에도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위빌종합건설은 대다수 예비건축주들께서 궁금해하실 내용을 생동감있는 현장의 이야기로 전해드립니다. 내 집짓기의 진솔한 가이드가 될 알찬 내용들을 만나보세요.

현장소회

하자유발자는 누구인가?

박성호건축가 2018.11.01

한 전원마을에서 주택 설계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마을은 경사진 땅을 계단식으로 분할해 총 32개의 필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높낮이 차이가 있는 필지 사이에는 응당 옹벽 공사가 필요했다. 
필지를 분양받은 예비 건축주들은 대표단을 만들어 공사를 진행했다. 그 후 10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위쪽 필지의 토사가 아래 필지로 계속 흘러 내려오고, 돌로 쌓은 옹벽 일부는 아예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예비 건축주들은 토목 회사에게 부실 공사의 책임을 물어 보상과 사후 처리를 요구하게 되었다.

필자가 의뢰인과 함께 현장을 찾은 날, 마침 건축주 대표단은 옹벽 공사 담당자를 불러 현장 검증을 하고 있었다. 
건축주들은 "부실 공사임이 분명하니 보강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현장소장은 "부실공사가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의 태도에 울분을 금치 못하던 한 건축주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당신 가족이 여기에 집을 짓고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 딸이 이 옹벽 앞에서 뛰어 논다고 생각하면 안심하고 살 수 있겠어요?" 
그 현장소장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후 그 곳의 건축주 중 몇 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들은 내게 부실 공사 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물었다. 나는 반대로 토목 공사 내역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이렇게 답했다. 
"옹벽 공사는 토사의 유실, 유입을 막아 각 필지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공사 업체에서 그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공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 하지 않던가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안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지'하는 악의적 태도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 뿌리에 있는 것은 '돈에 맞춰 일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업체와 '돈에 맞춰서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발주자들의 태도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이런 이야기다. 당신은 수제 자동차를 제작하는 엔지니어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찾아와서 당신에게 주문한다.
"500마력 엔진에 최고 시속 300킬로, 무게 2.5톤 정도의 튼튼한 바디를 가진 슈퍼카를 만들어 주세요. 단, 너무 비용이 많이 들면 안 되니까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은 국산 경차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맞춰주세요."

이 경우 첫 번째 안전 불감증 환자는 주문을 하는 고객이다. 또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당신 역시 마찬가지가 된다. 스스로 안전 불감증 환자가 되길 거부하는 엔지니어라면 고객에게 이렇게 답해야 한다.
"자동차는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게 멈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을 몸체와 같은 수준으로 제대로 맞춰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이런 대답을 하기 어렵다. 옳은 말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객의 불만 넘치는 시선이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내게 비싸게 팔려고 하는 거 아냐? 내가 내 돈 들여서 일을 준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나도 알만큼 알아보고 온 사람이야!'

돈에 맞춰 일을 시키고, 돈에 맞춰 일을 하는 현실이 안전 불감증이란 병균을 퍼뜨린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살아왔다. 불행하게도 주택 건축의 현장에서도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다. 일부 건축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평당 공사비'라는 망령을 쫒아 업체를 선택하고, 정확하게 산출된 견적을 보고서도 갂아 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공사가 끝날 때쯤 되면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잔금을 덜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반면, 많은 업체들은 계약을 따 내려고 듣기 좋은 평당공사비로 건축주를 현혹한다. 견적을 작성할 때는 정확한 물량 계산도 없이 잔금을 제대로 못 받을 것에 대비해 그만큼 견적 금액을 올려버린다. 이런 소모전 끝에 '돈에 맞춰' 일을 시키고 '돈에 맞춰' 일을 하는 악순환의 늪으로 모두가 빠지고 만다.

행복한 집짓기는 서로에 대한 인식과 관계를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서로 더 많이 가지려고 하면 그 현장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각각의 주체가 공동의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협력해야만 각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이 플러스섬 게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을 열고 질문하고, 상대방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통해 '우리의 행복한 집짓기'가 늘어간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안전 불감증이란 고질병도 서서히 치유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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